스타벅스 1000만 포대 커피찌꺼기 어디로 갔나..녹차밭서 새 생명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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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10-18 12:48 조회1,8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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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1000만 포대 커피찌꺼기 어디로 갔나..녹차밭서 새 생명 불어넣는다
2015년부터 커피 퇴비 생산해 무상 지원
매장부터 퇴비 공장 거쳐 농가 전달하기까지
"아이고, 먼 길 오셨네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전남 보성군의 차 재배농가 보림제다에 퇴비 1만 포대를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한자리에 모인 18개 차 농가 농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스타벅스가 전국 매장에서 버려지는 커피찌꺼기(커피박)를 모아 만든 친환경 커피 퇴비인데, 농민들은 올가을 차 나무 주변에 뿌릴 예정이다. 한 농민은 "한 포대에 1만3,000원이던 퇴비값이 2만 원대까지 치솟았다"며 "그렇지 않아도 차 단가도 낮아 투자할수록 손해를 볼 지경인데 퇴비를 공급해주니 숨통이 트인다"고 반겼다.
농민들 "퇴비값 오르는데 무상 지원 반가워"
지난달 29일 보성군 차 재배 농가에서 김철우 보성군수, 보성차생산자조합 서상균 조합장, 보성 지역 차 재배농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스타벅스 제공17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국내 커피박 발생량은 2012년 9만3,397톤에서 2019년 14만9,039톤으로 약 60% 증가했다. 그동안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내놓으면 지방자치단체가 보관했다가 매립·소각하는 식으로 처리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전국 커피 음료점 수가 4년 만에 88.2% 늘은 8만3,363개에 달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커피박 처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스타벅스는 2015년부터 꾸준히 커피박을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 지원하고 있다. 9월까지 누적 생산량 975만 포대로 올해 1,000만 포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들어간 커피박 분량으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15억 잔을 뽑을 정도다. 그동안은 주로 경기 평택시, 제주도의 농가 등에 보냈는데, 커피박 수거를 위한 운송과 보관 등에 들인 비용만 40억 여원에 달한다. 보성과는 2016년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커피박 7만7,500포대(1,550톤)를 전달했다.
커피 퇴비는 농가 소득 증대 효과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며 농민들은 입을 모은다. 평택의 전대경 미듬영농조합 대표는 "일반 퇴비는 축분이 들어가 냄새가 심한데 커피박을 섞으면 악취가 줄어든다"면서 "또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많고 항균력이 뛰어나 토양병을 예방하며 병충해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커피박, 어떻게 퇴비가 되나…발효가 관건
경기 안성시 퇴비 공장에서 커피 퇴비를 만들기 위해 커피박과 축분 등을 포크레인으로 섞고 있다. 스타벅스 제공스타벅스 매장에서 나온 커피박이 퇴비로 재탄생해 농가에 전달되기까지는 6개월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매장에서 발생한 커피박은 폐기물 수거업체가 모아 각종 불순물을 없앤다. 순수한 커피 찌꺼기는 스타벅스와 계약을 맺은 경기 안성시 퇴비 공장으로 옮긴다. 이 공장에서는 한 달에 160~240톤의 커피찌꺼기를 받아 퇴비를 만든다.
커피 퇴비는 축분(가축 분뇨)에 커피박을 섞고 발효시키는데, 이 공장에서는 우분(소의 분) 40%, 계분(닭의 분) 20%에 커피박이 10% 들어간다. 여기에 수분을 조절할 톱밥과 발효제 등도 넣는다. 커피박은 너무 많이 쓰면 수분이 많아져서 발효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분량 조절이 중요하다고 한다.
농장에서 축분이 들어오면 포크레인으로 커피박과 톱밥, 축분, 발효제 등을 섞는다. 이를 내부 온도 50도 이상의 교반 시설에서 15~20일 동안 매일 섞어주면서 1차 발효를 시킨다. 이어 후숙 시설로 퇴비를 옮겨 3, 4개월 동안 후숙을 시켜주는데, 밑바닥에 공기를 불어넣어주면서 열을 발생시켜 축분의 가스와 수분을 날리고 양질의 미생물을 배양한다. 이렇게 완성된 퇴비는 20kg짜리 포대에 담아 농가로 보낸다.
커피찌꺼기로 자란 농산물은 매장 음식 재료로
경기 안성 퇴비 공장에서 완성된 커피 퇴비를 20kg짜리 포대에 포장하고 있다. 스타벅스 제공스타벅스가 업계 최초로 국립환경과학원의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받은 커피찌꺼기로 제작한 업사이클링 제품인 커피박 화분. 스타벅스 제공커피 퇴비는 수분이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다. 이곳 공장을 운영하는 박문재 안성퇴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퇴비는 수분율이 50~60%여야 하고, 온도도 항상 50도 이상을 유지해야 발효가 잘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퇴비는 농사 짓기 전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 한번 잘못 뿌리면 한해 농사를 망친다"고 강조했다.
커피 퇴비를 뿌려 생산한 쌀은 스타벅스가 다시 산다는 점도 눈에 띈다. '라이스칩', '우리 미 카스텔라' 등 푸드 상품 만들 때 원재료로 활용한다. 2015년부터 커피 퇴비로 재배한 농산물을 활용해 출시한 푸드 상품은 스물여섯 종이다. 이날 커피 퇴비를 받은 보성 농민들은 "보성 차도 질이 좋다. 스타벅스에 재료로 써 달라"며 '진심' 담긴 농담을 던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스타벅스는 커피 퇴비 말고도 커피박 재활용률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7월 업계 최초로 국립환경과학원의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받아 향후 커피박의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재활용환경성평가는 재활용 방법, 기술의 환경적 영향을 평가해 안전한 경우 이를 승인하는 제도다. 식물성 잔재 폐기물인 커피박은 그동안 별도의 재활용 기준이 없었으나 이제는 다양한 형태로 재활용(업사이클링)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는 최근 커피박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화분을 선보였다. 커피박 화분 1개에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6잔 분량을 제조 후 남는 커피박이 활용됐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박 활용 범위를 넓혀 5년 내 재활용률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보성=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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